영화 I feel pretty 아이필프리티 후기 - 외모라 함은, 자신의 기준에 자신이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됨

2021. 10. 23. 00:10개인시간/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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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뚱뚱한 체형과 부족한 외모에 항상 위축되어 있던 주인공은, 머리의 충격으로 갑자기 본인이 아주 아름답게 보이는 증상을 갖게된다. 당당함으로 뷰티회사의 리셉션까지 꿰차고 남자친구도 사로잡으며 말그대로 파워 당당하게 살아간다. 실제로는 머리 부딪히기 전후 외모는 모두 똑같았을 뿐 본인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져 불러온 많은 운 덕에 행복 속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또한번의 머리충격으로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제정신 차리고 거울을 보니 자기의 (못난) 본래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상상 속의 자기 모습에서 살다가 다시 못난 자신을 받아들이려니 자괴감이 폭풍처럼 몰려들어 인간관계를 뚝뚝 끊는다. 모든 사람이 못나져 버린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그러나 자신이 매력적였던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믿었던 <자신감> 이었음을 점차 깨닫고 본인의 모습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일시 기억 상실증'이라는 꽤나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내용이 공감이 갔던 이유는 나 또한 주변에도 본인의 컴플렉스를 크게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자신있게 지내는 모습이 매력적여 보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을 술자리 안주삼아 꺼내서 즐겁게 대화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 되려 그 사람이 섹시해 보이기 까지하다. 단점이라 숨기기 급급해 보이기는 커녕 여유로워 보인다니, 남들에게 보이는 장점이 그 이상의 무기(필살기)가 본인에겐 있는 것 같아 보여서일까? 남자든 여자든 자만하지 않는 적당, 조금 이상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에 대해서는 되려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까지 본인에게 투자한 노력은 어떤 것인지 어떤 마인드로 살아왔는 지 말이다. 처음엔 뭔데 저렇게 당당하지 싶다가도, 당당하지 않을 이유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호감이 가는 거다. (막상 실제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은 덤이겠지만)

 

응?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여자에게 들이대는 미(美)에 대한 기준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당당함의 근원을 외모에서 많이 찾도록 유도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남자는 사회적 능력 / 여자는 외모를 서로 동등하게 대응되는 매력 요소로 평가받을 만큼 말이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선망하고, 심지어 아기들 또한 예쁜 이모(?)를 보면 방긋 웃는다. 이렇듯 여자에겐 외모는 사회적 능력과는 별개인데 예쁜 외모가 고시 3관왕급이라는 둥 왈가왈부 하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자신 꿈 좇으려 노력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예쁘면 인생 장땡이라는 어긋난 신념을 갖게 될까 조금 우려가 된다. 사회적 능력도 갖추고 플러스로 예뻐질 수 있는 자기관리 능력을 같이 갖출 수 있는 멋진 콤비네이션이 있음을 알려 줄 수도 있는데, 사회적 능력보다는 외모가 우선이라는 제로-섬 개념을 심어버리는 거다. 심지어 능력있는 여자를 오히려 알파걸이라며 특이한 분류로 만들기까지 한다.

한편으론 예뻐지기까지 들인 본인의 노력 또한 난 높게 사는 편이라 예쁜 사람을 이 사회가 왜그렇게 높이 대해주냐는 푸념 또한 하고 싶진 않다. 사람도 재화도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중요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애초에 아이폰에 열광한 이유는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거지, 또 인스타그램이 점점 더 상승세를 타는 것도 사람이든 음식이든 건물이든 풍경이든 예쁘면 쉽게 다가가고 싶기 때문에 더 사진들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코르셋이니 페미니스트니 외모지상주의니 특정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신념이나 기준을 찾고 거기에 맞게 노력을 하면 되는 것 같다. 남들한테 사랑받으려 미친듯이 살빼는 모습도 처량하고 예쁜 사람들을 예쁘다 말하지 못하는 모습도 꽤나 불쌍해 보인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분명 에너지가 샘솟았다. 헬스장 가고싶어지는 영화랄까.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고 싶어지는 느낌을 잠시라도 받을 수 있어서 추천할만하다. 시간내서 영화봤는데 우울해지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한국의 신파극 같아서 조금 오글거린다. 세상이 정하는 기준이 싫으면 자기의 기준에 맞게 만족하면 되는 것이고, 세상의 기준과 비슷해지고 싶으면 그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리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사랑해라 말해도 본인이 본인의 모습에 불만족하면 행복해지긴 어렵기때문.

 

 

 

 

 

 

 

 

 

 

 

 

 

 

 

 

 

 

2019년 8월 24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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