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후기 - 영화인 척 실재하는 스토리

2021. 10. 23. 00:16개인시간/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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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라는 영화를 보고 나니 친구들이 어땠냐고 묻는다. 결코 재밌다는 대답은 하기 힘들다. 이건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고, 또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을 만한 사실(story) 혹은 사연 이기 때문이다. 폭동, 총살 등 연출의 부분은 있지만 현실과 전적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 한 쪽이 공허하다. 어릴적 받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믿고 싶은 사람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져버리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된 영화다. 세상에 흡수되지 못하고, 외딴 섬같은 골방에서 살아가는 데 그 섬마저 발 디딜곳이 점점 좁아만 간다.

 

 

과거의 불우함으로 저지른 살인을 동정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불우함이 과연 조커의 잘못일까? 자신의 과거 기록에 abandoned(버려진), 그래서 adopted(입양된) 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고, 동시에 애지중지 모셨던 병든 어머니로부터 어린시절부터 학대/방치되었음을 자각한 순간, 그 누가 이성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자신이 태어나는 환경은 선택할 수 없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서 학대를 받고 따뜻함 느낄 겨를 없이 살아가는, 퍽퍽한 인생을 배운 아이에게는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조커라는 영화는 스릴러나 액션으로 나눌 수 있는 장르는 아닌 듯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이고, 이건 논픽션인거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느끼게된 또 다른 나의 작은 책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양산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잠재적 조커를 외면하진 말자'정도. 비참한 현실 뒤에 깔리는 어깨춤나는 OST, 현실을 해탈하고 가파른 계단위에서 춤추는 조커의 모습, 더이상 짙은 분장이 아닌 자신의 피(blood)로 피에로의 웃는 입을 그리는 조커의 모습, 조커의 의상/분장, 심지어 조커의 갈비뼈까지 인상깊다. 유난이라 할지도 모르겠다만 공효진은 홍조로, 엄태구는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면 조커는 갈비뼈로도 연기를 한 듯 하다. 스크린이 꺼진 지금도 장면들이 뇌리에 박혀있으니.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정말 영화 12,000원이 아깝지 않았던 시간이란 마음에 되려 감사하다. (영화값 2만원이라도 봤을 듯) 호아킨 피닉스의 필모그래피가 1983년부터 시작하니 36년의 배우 경력자였구나. 역시 실력은 짬밥에서부터 나오는 듯. 조커로 시작해서 경력자 우대의 합리성으로 끝나는 나의 후기란, 무튼 금요일 저녁부터 누린 즐거운 주말이었다. 오늘 일요일로 잘 마무리하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길

 

 

 

 

 

 

 

 

 

 

 

 

 

 

 

 

 

 

 

 

 

 

 

 

 

 

 

 

 

 

 

2019년 10월 1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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