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3. 00:31ㆍ개인시간/영화리뷰
유명한 영화제 수상작은 대중적이지 못한, 지독하게 예술적인 것 같고 심오하기도하고 또 해석하는 숙제를 넘겨받은 것 같아서 보통 꺼리는 편이었다. 큰 기대없이 그냥 종려상인가 뭔가 수상한 작품을 관람한다는 마음으로 보기시작. 한 지10분이 지났을까 120분을 지루함 없이 롱런으로 보게되었다. 한 가난한 가족이 우연을 가장한 해프닝을 통해 한 부자집 가족에 기생하며 살게 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연을 가장한 해프닝이 욕심이라면 욕심이었을까, 욕심을 부려도 부잣집의 손톱 때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반지하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애를 쓰고, 그리고 그 애를 쓰는 과정에서 타인(그 타인 또한 알고보니 기생인)의 행복을 빼앗게 되며 서로 대립각을 이루게된다. 근데 알고보면 되게 웃기다. 본인것도 아니면서 서로 자기것 뺏아간다 생각하고 으르렁 대는 모습이 가관. 부잣집네 정원 뜰-거실-지하의 점유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름 계급을 구분하는데 지하의 기생인들은 거실로 올라오기 위해, 거실의 기생인들은 부잣집네 앞정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는 형색이다. 같은 기생급임에도 거실의 기생인은 지하의 기생인이 거실로 올라오지 못하게 죽일듯이 말린다. 밥그릇싸움, 이것이 진정 인간의 본능이려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 가면을 쓰고있다. 어쩌면 모든 세상 사람이 그렇겠지. 자신을 부정하면서 만든 가면을 쓰다가 벗으면 남는건 공허함뿐이다. 송강호네 가족 또한 부잣집이 자리를 비운 사이 부자 행세하며 누린 의식주는 부잣집 가족이 집을 돌아오자마자 호접몽으로 끝나버리고 자신의 원래 위치였던 반지하로 돌아왔을 때 이미 범람해버린 집에서 우왕좌왕하게 되버리니, 그렇다고해서 가면벗고 당신 주제만큼만 살아가라고 하기엔 현실이 너무 계급적/차등적이다. 노력으로 갈 수 있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깐. 그래서 다들 가면을 쓰게되는 거겠지? 가면이라도 쓰고 싶고, 가면이라도 만들고 싶고, 너무 현실적이라 불편한 영화다. 어쩌면 나 또한 세상의 부에 기생하며 살려고 애쓰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요새 말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표현 썩 맘에 들질 않는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도 꽤나 있는데 그러기엔 우리 옆, 그 옆 사람들끼리의 차이가 따라가기가 힘들 만큼 크니 작은 거에도 만족하는 삶을 살아라는 정신이 깃들어서일까. 그래서 또 한번 다짐한다. 인생, 요행부리지말자 + 내가 걸은만큼만이 내 인생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내면 불행과 가까워지는 것 같다. 소확행이든 - 중확행이든 - 대확행이든 남한테 피해 안끼치는 범위에사 내가 알아서 해야지
아무튼 인터폰을 통해 옛 가정주부를 들이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는 영화, 어떻게 이렇게 구멍나는 부분 없이 영화를 잘 만들었을까? 다른 영화들은 무엇이 부족해서 기생충이라는 영화와 달리 영화값이 아까웠을까 명확히 말하기 힘든게 답답할 노릇이다.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후광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후광을 입고도 실망스런 작품도 있었으니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마냥 영광으로 좋은 평을 얻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송강호는 봉준호랑 만났을 때 가장 안정적여보인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 보이는 송강호 연기도 개성이 있지만 보통 억울하고 비참한 역할을 맡는데 제한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으므로. 아무쪼록 이 영화, 영화관에서 봐도 돈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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